얼마 전 별생각 없이 CGV에서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오는 길에는 올리브영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샀고, 저녁에는 냉동실에 있던 비비고 만두를 꺼내 먹었습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였는데 문득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거 전부 CJ네?”
영화관도 CJ, 올리브영도 CJ, 만두도 CJ였습니다. 여기에 tvN 드라마와 CJ대한통운 택배까지 떠올려 보니 생각보다 제 일상 가까이에 CJ가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괜히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어릴 때 기억하는 CJ는 다시다와 햇반을 만들던 식품 회사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영화관을 운영하고 드라마와 음악을 만들며 화장품 매장까지 키운 걸까요?
CJ 연혁을 찾아봤는데 처음에는 연도와 계열사 이름이 너무 많이 나와 조금 머리가 아팠습니다. 그래서 복잡한 숫자는 잠시 내려놓고 회사의 방향을 바꾼 사건만 따로 적어봤습니다. 그렇게 정리하니 흐름이 의외로 단순하게 보였습니다.
CJ는 식품 사업을 버리고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식품에서 쌓은 자본과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유통과 물류, 영화와 방송을 하나씩 더해 지금의 모습을 만든 회사에 가까웠습니다.

식품에서 출발
CJ의 시작은 1953년 설립된 제일제당입니다. 처음에는 설탕을 생산했고, 이후 밀가루와 조미료 같은 식품으로 사업을 넓혔습니다.
이 부분까지는 제가 알고 있던 CJ의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계속 보다 보니 1990년대부터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뒤 식품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성장 분야를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왜 잘하던 식품 사업만 계속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이미 브랜드도 있었고 시장에서도 자리를 잡았으니 굳이 낯선 분야에 들어갈 필요가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한 가지 사업에만 기대면 시장 변화에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CJ는 식품을 포기하는 대신 식품에서 쌓은 자금과 유통 경험을 다른 산업으로 옮겼습니다.
식품을 만들면 판매할 유통망이 필요합니다. 유통이 커지면 상품을 옮길 물류망도 중요해집니다. 사람들이 먹는 것뿐 아니라 보고 즐기는 문화에도 돈을 쓰기 시작하면 콘텐츠 역시 새로운 기회가 됩니다.
이렇게 이어서 보니 서로 달라 보이던 사업들이 조금씩 연결됐습니다. 비비고와 올리브영, CJ대한통운, CGV가 우연히 한 그룹에 모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전반을 다루겠다는 방향 안에서 성장한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CJ는 사업을 무작정 늘린 회사라기보다 사람들이 하루 동안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쇼핑하며, 어떤 콘텐츠를 즐기는지 계속 따라간 회사에 가까웠습니다.
영화를 선택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식품 회사가 왜 하필 영화였을까?”
조금 더 찾아보니 CJ는 1990년대 중반부터 영화와 미디어 사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영화에 투자하고 배급하는 사업에 들어갔고, 이후 관객이 직접 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 사업까지 확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한 대표적인 브랜드가 CGV입니다. 지금은 여러 상영관이 한 건물에 있는 멀티플렉스가 너무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한 장소에서 다양한 영화를 골라 본다는 방식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CGV를 그저 영화표를 파는 극장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CJ의 전체 사업을 놓고 보니 역할이 달랐습니다.
영화에 투자하고 배급한 뒤 직접 상영할 공간까지 갖추면 콘텐츠가 관객에게 전달되는 전 과정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어떤 영화에 관객이 반응하는지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고, 흥행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다음 사업을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CGV는 단순한 영화관이 아니라 CJ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뿌리를 내리는 중요한 거점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니 식품 회사가 영화관을 만든 선택이 전처럼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먹는 것에서 보고 즐기는 것으로 관심을 넓힌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처럼 보였습니다.
콘텐츠에 투자
CGV까지 이해하고 나니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영화관은 알겠는데, 어떻게 드라마와 예능까지 만들게 된 걸까?”
이 부분은 저도 처음에는 헷갈렸습니다. tvN은 방송 채널, Mnet은 음악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곳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둘 다 CJ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면서 놀랐던 건 CJ가 영화에서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방송 채널을 만들고 드라마를 제작했으며 음악과 공연까지 영역을 넓혀갔습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기획부터 제작, 방송과 해외 유통까지 연결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저도 모르게 CJ 콘텐츠를 정말 많이 보고 있었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방영될 때는 다음 화를 기다렸고, ‘도깨비’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여러 번 챙겨봤지만 당시에는 어떤 회사가 만들었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자료를 읽고 생각이 바뀐 건 콘텐츠를 바라보는 방식 때문이었습니다. CJ는 작품 수만 늘리기보다 좋은 작품이 계속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투자했습니다. 제작사와 창작자를 확보하고,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것입니다.
예전에는 드라마가 끝나면 그것으로 수익도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해외 판매와 OTT 공개, 리메이크, OST와 공연 등 하나의 작품에서 다양한 가치가 만들어집니다.
결국 CJ는 콘텐츠를 한 번 방송하고 사라지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오랫동안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본 셈입니다. 이런 시각이 지금의 CJ ENM을 만든 중요한 힘이었다고 느꼈습니다.
해외를 보다
글을 쓰면서 생각이 가장 많이 바뀐 부분도 해외 사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CJ가 국내에서 성공한 뒤 뒤늦게 해외로 나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살펴보니 식품과 콘텐츠 모두 비교적 일찍부터 해외시장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비고입니다.
솔직히 저에게 비비고는 냉동만두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가장 강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한국 식품을 대표하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습니다.
한국 음식이라고 해서 해외에서 저절로 잘 팔리는 것은 아닙니다. 현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과 조리 방식을 연구해야 하고, 제품을 판매할 유통망도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팔던 제품을 포장만 바꿔 수출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작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글로벌 플랫폼이나 해외 제작사와 협업하며 시장을 넓혀갔습니다.
여기서 느낀 건 성공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지금은 K-푸드와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 뒤에는 오랫동안 준비하고 투자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달라진 시선
자료를 다 읽고 나서 다시 제 일상을 떠올려 봤습니다.
아침에는 비비고 제품을 먹고,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올리브영에 갑니다. 주문한 물건은 CJ대한통운으로 받고, 주말에는 CGV에서 영화를 보거나 집에서 tvN 드라마를 시청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이 브랜드들이 모두 별개의 사업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의 그림처럼 이어져 보입니다.
비비고는 식품, 올리브영은 유통, CJ대한통운은 물류, CGV와 tvN은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연결합니다. 각각 따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활하는 흐름을 따라 사업을 확장해 온 결과였습니다.
그래서 CJ를 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식품 회사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완전히 바뀐 것이 아니라, 식품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일상 속 다양한 경험까지 사업을 넓힌 기업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해 보였습니다.
궁금했던 점
CJ와 CJ ENM은 같은 회사인가요?
CJ는 그룹 전체를 뜻하고, CJ ENM은 그 안에서 방송과 영화, 음악, 공연 같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입니다. 쉽게 말하면 CJ라는 큰 집 안에 식품과 물류, 유통, 엔터테인먼트를 맡는 회사가 각각 있는 구조입니다.
CJ는 원래 삼성 계열이었나요?
제일제당은 오랫동안 삼성그룹 계열에 속해 있었습니다. 이후 1993년 독립경영을 선언했고, 계열 분리 과정을 거쳐 현재의 CJ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
CJ E&M과 CJ ENM은 다른 회사인가요?
완전히 별개의 회사라기보다 조직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이름과 구조가 바뀐 것입니다. 여러 미디어 계열사를 합쳐 CJ E&M이 만들어졌고, 이후 CJ오쇼핑과 합병하면서 현재의 CJ ENM 체제가 만들어졌습니다.
올리브영도 CJ 계열인가요?
올리브영도 CJ그룹 계열사입니다. 화장품뿐 아니라 건강식품과 생활용품을 함께 판매하며 국내 대표 헬스앤뷰티 유통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비비고는 왜 해외에서 성공했나요?
한국 음식을 그대로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소비자의 입맛과 조리 환경에 맞춰 제품을 꾸준히 개선한 점이 컸습니다. 유통망과 브랜드 인지도를 함께 키운 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식품 사업은 지금도 중요한가요?
물론입니다. CJ가 식품을 포기하고 엔터기업이 된 것은 아닙니다. 식품과 바이오는 지금도 중요한 사업이며, 그 위에 물류와 유통, 콘텐츠 사업이 함께 성장한 구조입니다.
CJ와 넷플릭스는 경쟁 관계인가요?
OTT 플랫폼에서는 경쟁하는 부분이 있지만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서는 협력하기도 합니다. CJ 계열 제작사가 만든 콘텐츠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경우도 있어 단순한 경쟁 관계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마무리
사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CJ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햇반을 만들고 CGV를 운영하는 회사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연혁과 사업 구조를 하나씩 살펴보면서 생각이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식품을 버리고 갑자기 엔터테인먼트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식품에서 유통으로, 유통에서 물류로, 영화관에서 콘텐츠 제작으로 오랜 시간 사업을 연결해 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건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이용하던 브랜드들이 하나의 회사 안에서 이어져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CGV와 올리브영, 비비고를 전혀 다른 회사처럼 생각했는데 이제는 왜 이런 사업들이 함께 성장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CJ의 변화는 식품 회사가 엔터기업으로 완전히 바뀐 이야기가 아닙니다. 식품이라는 기반 위에 사람들이 보고, 사고, 즐기고, 배송받는 생활 전반의 사업을 더해온 과정에 가깝습니다.
아마 다음에 CGV에서 영화를 보거나 올리브영에 들르게 되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이 회사가 원래 설탕을 만들던 식품 회사였다고?”
저도 이 사실을 알기 전과 알고 난 뒤가 꽤 달랐습니다. 평범한 기업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하나씩 찾아볼수록 예상보다 훨씬 흥미로운 성장 과정이 숨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