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누르고 넘기는 게 너무 당연합니다. 그래서 예전 휴대전화 사진을 다시 보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집니다. 작은 화면 아래에 숫자 버튼이나 자판이 빼곡하고, 음악을 들으려면 별도의 음악 재생기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애플이 어느 날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려 아이폰을 만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과정을 하나씩 찾아보니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아이팟의 성공이 있었고, 다른 회사와 휴대전화를 만들어본 경험도 있었으며, 내부에서는 비밀리에 새로운 기기를 개발했습니다.
결국 아이폰은 갑자기 등장한 발명품이라기보다 여러 번의 성공과 시행착오가 모여 만들어진 제품에 가까웠습니다.

아이팟에서 시작됐다
아이폰의 시작을 이해하려면 먼저 아이팟을 봐야 합니다. 애플은 2001년 아이팟을 내놓았고 2007년에는 누적 판매량 1억 대를 넘겼습니다.
단순히 음악을 재생하는 기계를 잘 만든 것이 아니라 컴퓨터에서 음악을 정리하고, 기기로 옮기고, 밖에서 쉽게 찾아 듣는 과정까지 하나로 연결한 것이 강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팟이 잘 팔릴수록 애플에는 새로운 고민도 생겼습니다. 휴대전화에 음악 기능이 빠르게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전화 한 대로 음악까지 들을 수 있다면 언젠가는 아이팟을 따로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잘 팔리는 제품을 가지고 있는데 그 제품을 대신할 물건을 스스로 만든다는 게 처음에는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시장이 바뀌기 전에 먼저 움직였다고 보면 이해가 됩니다.
아이폰은 새로운 시장을 노린 제품이면서 동시에 아이팟 이후를 준비한 선택이었던 셈입니다.
첫 시도는 달랐다
의외였던 사실은 애플이 처음부터 아이폰을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2005년 애플은 모토로라와 협력해 아이튠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대전화를 선보였습니다.
컴퓨터의 음악을 휴대전화로 옮길 수 있고 전화가 오면 재생 중인 음악이 멈추는 기능도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꽤 괜찮은 방법입니다. 휴대전화를 잘 만드는 회사와 손잡으면 애플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애플이 제품 전체를 마음대로 설계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화면 크기나 버튼, 조작 방법까지 애플이 원하는 대로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아이팟에서는 기계와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면서 사용 방법까지 직접 설계했는데 휴대전화에서는 그러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결국 이 경험은 애플에게 중요한 답을 줬습니다.
기존 휴대전화에 애플 기능을 넣는 것보다 휴대전화 자체를 직접 만드는 편이 낫다는 판단으로 이어졌습니다.
비밀 개발이 시작됐다
직접 휴대전화를 만들기로 했다고 바로 아이폰이 나온 것은 아닙니다. 애플 내부에서는 새로운 기기를 만드는 작업이 비밀스럽게 진행됐고, 이 개발 과정은 흔히 프로젝트 퍼플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부분을 알고 나니 아이폰이 스티브 잡스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완성됐다고 생각했던 이미지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실제 제품을 만들려면 화면뿐 아니라 운영체제, 배터리, 통신, 안테나, 인터넷 기능처럼 수많은 요소가 동시에 작동해야 합니다. 디자인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분야의 여러 개발자가 함께 참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제품의 방향을 잡고 중요한 결정을 내린 인물이었던 것은 맞지만 혼자 아이폰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여러 시제품과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실패한 방법을 버리는 과정이 반복됐습니다.
아이폰은 한 사람의 번뜩이는 생각보다 여러 분야의 개발진이 오랫동안 다듬은 결과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버튼을 없앴다
첫 아이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수많은 버튼을 없애고 앞면 대부분을 화면으로 만든 것입니다. 지금 보면 평범하지만 당시 휴대전화와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확실합니다.
버튼을 없앤 이유는 단순히 디자인을 깔끔하게 만들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물리적인 숫자 버튼은 언제나 숫자 버튼이지만 화면 속 버튼은 필요할 때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화를 걸 때는 숫자판이 나타나고 글을 쓸 때는 자판이 나오며 사진을 볼 때는 화면 전체를 사진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하기 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애플이 터치스크린 자체를 처음 발명한 것은 아닙니다. 터치 기술은 아이폰 이전에도 존재했습니다.
애플이 보여준 차이는 여러 손가락의 움직임을 이용해 확대하고 넘기는 방식 등을 휴대전화에 자연스럽게 연결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애플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 하나를 발명하는 데서 끝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기술을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묶었습니다. 이 차이가 아이폰을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세 기기를 합쳤다
2007년 첫 아이폰 발표에서 애플은 단순히 새로운 휴대전화라고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전화기와 음악 재생기, 인터넷 기기를 하나로 합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당시에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은 화면과 버튼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은 지금 생각하면 꽤 답답한 방식이었습니다.
아이폰에서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움직이고 확대하면서 인터넷과 전자우편, 지도 등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가격도 싸지 않았습니다. 미국 출시 당시 저장공간 4기가바이트 제품은 499달러, 8기가바이트 제품은 599달러였습니다. 그런데도 2007년 6월 판매를 시작한 뒤 74일 만에 100만 대가 팔렸습니다.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는 높은 가격에도 이렇게 빨리 팔렸다는 점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전화기와 음악 재생기, 지도와 인터넷 기기를 각각 따로 가지고 다닌다고 생각해보면 이유가 보입니다.
아이폰은 새로운 기능 하나보다 여러 기능을 한 손 안에서 편하게 이어준 제품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을 바꾸다
아이폰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애플이 휴대전화를 하나 더 만들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아이폰 이전에도 스마트폰은 있었지만 이후에는 큰 화면과 손가락 조작 방식이 빠르게 익숙한 형태가 됐습니다. 지금 여러 회사의 스마트폰 앞면이 비슷하게 생긴 것도 이런 변화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첫 아이폰에는 지금과 같은 앱스토어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후 앱스토어가 등장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게 되면서 휴대전화는 전화와 인터넷을 넘어 금융, 쇼핑, 게임, 영상, 업무까지 처리하는 기기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아이폰의 의미는 단순히 화면이 큰 휴대전화를 만든 데 있지 않습니다. 휴대전화가 작은 컴퓨터처럼 발전하는 방향을 대중에게 익숙하게 만든 제품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첫 아이폰은 언제 나왔나요?
2007년 1월 9일 처음 공개됐으며 미국에서는 같은 해 6월 29일부터 판매가 시작됐습니다.
아이폰 이전에도 스마트폰이 있었나요?
있었습니다. 인터넷이나 전자우편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도 이미 존재했습니다. 아이폰은 이런 기능을 큰 화면과 손가락 중심의 조작 방식으로 새롭게 구성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혼자 만들었나요?
아닙니다. 스티브 잡스가 제품의 방향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실제 아이폰은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여러 분야의 개발진이 함께 만든 제품입니다.
애플이 터치스크린을 발명했나요?
아닙니다. 터치스크린은 아이폰 이전에도 존재했습니다. 애플은 여러 손가락을 활용하는 조작법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터치를 휴대전화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프로젝트 퍼플은 무엇인가요?
첫 아이폰으로 이어진 애플 내부 개발 프로젝트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 시제품과 조작 방식을 시험하면서 아이폰의 형태가 만들어졌습니다.
첫 아이폰에도 앱스토어가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첫 아이폰 출시 이후 앱스토어가 등장하면서 외부 개발자가 만든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첫 아이폰은 얼마나 팔렸나요?
애플 공식 발표에 따르면 판매를 시작한 뒤 74일 만에 누적 100만 대 판매를 기록했습니다.
마무리글
아이폰의 탄생 과정을 따라가 보면 애플도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 가장 흥미롭습니다. 아이팟으로 성공을 경험했고 다른 휴대전화 회사와 협력하면서 한계를 확인한 뒤 직접 휴대전화를 만드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비밀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버튼 대신 큰 화면을 선택했습니다. 이미 존재하던 터치 기술도 사람들이 훨씬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전화와 음악, 인터넷을 한 기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아이폰의 역사가 더 궁금하다면 아이팟 → 모토로라 협업 → 프로젝트 퍼플 → 2007년 첫 아이폰 → 앱스토어 순서로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렇게 보면 아이폰이 갑자기 등장한 발명품이 아니라 여러 해 동안 쌓인 경험과 시행착오의 결과라는 점이 선명해집니다.
결국 아이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모든 기술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있던 기술을 사람들이 실제로 쓰기 편한 하나의 제품으로 다시 연결했다는 것, 그 선택이 이후 스마트폰의 모습을 크게 바꿨다고 볼 수 있습니다.